2009/12/24 16:21
[잡담]
어제 집에 온 관계로, 어제는 그냥 하루종일 정리.
핸드폰, 은행계좌, 방 등. 하도 오래 버려져있다 보니 정리할 게 많다.
대대적으로 방정리를 하면서 초등학교 2학년 시절의 일기를 찾아냈는데,
자신이 어릴 때 쓴 일기를 읽어본 사람은 알겠지만, 이게 또 숨넘어가게 재밌다.
그중, 눈물이 앞을 가리는 스토리가 있어 쓸 것도 없는 김에 한 번 써보도록 한다.
날짜 : 11월 10일
요일 : 일요일
날씨 : 맑음
제목 : 서XX의 생일과 약속
(개인 프라이버시를 위해 이름은 블라인드 처리한다)
서XX 생일에 갔다. 생일 선물은 떠버기 선물 세트를 사서 미도파 근처에 있는 롯데리아로 갔다.
- 그당시엔 패스트푸드가 외식으로 상당한 각광을 받는 시기였고 생일파티 장소로도 인기가 좋았다.
서XX이 마중을 나와 있었다. 그런데 이상한 것은 내가 갈 때 까지는 아무도 안 왔었다.
- 정상적이지 않은 상황. 사건의 징조.
내가 1등이었다. 강XX도 온다고 하였는데 강XX은 이모네 집에 가서 못 온다.
- 강XX은 그당시 친했던 친구. 아무렇지도 않게 1등이란 것을 강조하고 있다.
그런데 약속 시간인 1시를 지난 1시 20분까지도 나와 서XX 가족 빼놓고는 아무도 안 왔다.
- 사건발생. X망의 기운.
그래서 1시 40분까지 아무도 안 오자 그냥 생일 케이크에 불을 붙이고 서XX이 불어서 껐다.
- 여기서 잠깐 이 상황을 적절하게 표현해준 짤방 하나 보고간다.
- 아아.. 아아.. 눈물이 앞을 가린다! 어흙
나는 햄버거를 먹고 치킨, 감자튀김, 콜라를 먹었다.
- 전형적인 패스트푸드 메뉴. 이 레퍼토리는 10년이 지나도 변함이 없다.
여러 친구들과 함께 먹지 않으니 맛이 없었다.
- 친구를 생각하는 착한 아이.
서XX은 기분이 나빠서 내일 학교에 가면 다 한방씩 갈겨 준다고 하였다.
- 갈겨주고 싶다.
나도 놀랐다.
- 놀랐다.
나까지 10명가량을 초대했는데 나밖에 온 사람이 없으니 서XX이 기분이 상한 것은 當然之事(당연지사)다.
- 일기에 한자성어까지 쓰는 유식한 초등학생. 범상치 않은 재능의 편린이라 하겠다.
나도 1학기때 부장이었으니 우리 생활부 아이들 중에서 안 온 애들한테 한 마디 톡 쏘아 줘야겠다.
- 과거 누렸던 권력에 대한 회상. 자신의 힘에 대한 중간점검.
특히 정XX을 그럴 것이다. 부장이라는 것이 장난만 치고 약속도 안 지킨다.
- 정권교체 후, 현 정권을 비난. 나는 그당시부터 이미 정치의 세계에 발을 들였었나!
그런 부장은 아예 갈아치우고 새로 부장을 뽑았으면 좋겠다.
- 현 정권을 탄핵.
생활부원이라는 것들이 약속을 안 지켜서야 되나?(나, 서XX은 제외)
- 현 정권의 도덕성을 지적하고 있다.
내가 서XX 입장이었다면 완전히 안 온 애들을 묵사발 만들어 버리고 싶을 것이다.
- 묵사발 만들어버리겠다.
입장을 바꿔 생각해보면 기분좋을 사람 하나도 없다.
- 없다.
이렇게 재미없는 생일을 맞은 서XX은 얼마나 기분이 나쁠까?
- 얼마나 나쁠까!
약속은 지키라고 있는 것이다. '나 하나쯤이야!' 라는 생각 때문에 다른 사람의 마음을 상하게 하거나 기분을 나쁘게 하는 것이다.
- 일반 도덕을 말하며 의견을 정당화시키고 있다.
어제 선생님이 '남에게 피해주지 않기'라는 것만 지키면 학급이 즐거워진다고 하셨다.
- 권위있는 사람의 발언에 기대 자신의 논지를 피력.
약속을 안 지키는 것도 남에게 피해를 주는 것의 하나다.
- 그 연장.
말만 약속을 하고 약속을 안 지키면 약속을 안 한 것만 못하다.
재미없는 생일을 맞은 서XX이 불쌍하고 다른 아이들이 약속을 잘 지켰으면 좋겠다.
- 결론.


